(정성글)퍼플아레나는 왜 ”쓰레기 스타디움“인가(2편) - 개선의 기회를 놓치다
* 이 시리즈는 대전월드컵경기장의 관람환경의 개선 필요성과 아쉬운 점들을 종합하여 작성한 것으로, 제목처럼 진짜 쓰레기같은 경기장까지는 아닙니다... 많이 와주세요ㅠㅠ
글 내용에 앞서서
1편 펨코에 올라간 거 다시 봤는데 팀 비하 단어 사용 관련해서 얘기가 좀 나왔어. 작성할때까지는 여기가 대전팬들끼리만 보는 곳이기도 하고 최근 해당 팀과의 경기간에 있었던 일들(잔디, 거친 플레이 등등)에 관한 떡밥이 많던 찰라에 글을 쓰다보니 감정이 좀 섞여서 저런 단어들을 사용하게 되었고, 그 단어들에 대한 여러 비하인드는 내가 커뮤니티를 하는 게 없었어서 어떤 식으로 그곳에서 받아들이는가에 대한 배경지식이 없었음.
퍼날라도 된다고 한건 작성 이후에 추가한 내용이라 그 시점에서 타 팀 팬들도 본다는 걸 인지하고 수정을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고… 퍼날라준 조유민님이랑 펨코분들한테 죄송하고 이번 글부터라도 최대한 타 팀 팬들에게 예의 갖춰서 쓰도록 하겠습니다.
앞선 1편에서는 우리가 개선이 사실상 불가능한 물리적 문제에 대해 다뤘고, 이번 편에서는 조금 짧게 우리가 경기장을 개선할 수 있었던 기회가 한 차례 있었는데, 그걸 놓쳐버린 사례에 대해 말해볼거야.
2017년 U-20 월드컵은 다른 곳도 아니고 대한민국에서 개최되었어. 개최가 성공적이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것과는 별계로 그 대회에서 대전월드컵경기장은 조별리그는 물론 토너먼트 4강 일정까지 진행되는 주요 경기장 중 하나로 유치에 성공하지. 그런데 이 경기장은 문제가 있었어.
2001년 개장 이례 이 경기장은 개선된 게 하나도 없는 단순개봉 새상품 같은 곳이었음. 심지어 팀은 시민구단 시절의 가난한 대전시티즌 시절이었고, 팀은 2년 전에 강등돼서 그동안 시설개선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었지. 그런데 월드컵은 유치됐어, 경기는 대전에서 치루게 하고싶어, 그런데 시설이 개판이네? 대전시 공무원들이 머리가 복잡해지지. 그래서 결국 추경예산을 편성해서 경기장에 46억원을 때려넣기로 결정했음.
그러면 이 46억원을 적절히 썼느냐? 일단은 그렇다고 볼 수 있음. 이 예산의 목적이 “대전시티즌”이 아닌 “U-20 월드컵”이라는 시점이라면 말이지. 그러면 지금부터 뭐가 그렇게 불만이 많아서 이러는지 크게 3가지로 나눠서 설명해볼게.
우선 첫번째로 대전월드컵경기장에 대전팬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바로 ‘색깔’이야. 애칭이 ‘퍼플 아레나’인데 경기장 색깔만 보면 ‘블루 아레나’에 더 가까울 정도로 팀 컬러와는 세상 관계없는 쌩뚱맞은 색상의 좌석과 도색은 팬들에게는 평생 숙원이었지. 울산, 인천, 수원 같이 파란색을 메인으로 쓰는 팀이 원정 왔을때 브이로그 같은거 보면 ‘원정인데 위화감이 전혀 없다💙’ 이런 자막 올라갈때마다 대전팬들 속은 뒤집어질 지경임 ㄹㅇ
근데 아까도 말했다시피 이 단순개봉 경기장도 오랫동안 햇볕을 맞아주신 덕분에 색이 죄다 바래서 더 이상 방치하기에는 답이 없을 지경이었고, 피파 심사단들한테 도저히 저 수준의 경기장 외벽을 보여줄 수는 없었음. 그래서 결국 추경예산 중에 일부를 도색비용에 사용하기로 결정했지. 그러면 이제 어차피 도색하는 김에 팀 컬러에 맞게 자주색으로 도색을 해 주면 참 좋을거같은데 그치?
예...뭐...ㄹㅇㅋㅋ
대전시청 소유의 시민구단 대전 시티즌은 안중에도 없는 대전시청 공무원들은 그냥 쌩까고 관성에 몸을 맡기고 다시 파란색으로 경기장을 덮어버림. 물론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야. 좌석도 파란색, 외부조명도 파란색인데 이걸 다 갈아엎을 게 아닌 상황에 외벽만 자주색이면 오히려 경기장이 누더기같이 보일 수도 있단 말이지. 월드컵을 개최해야 하는 입장에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거야. 그런데 진짜 문제는
경기 내내 저렇게 통천으로 도색한 부위‘만’ 가려놓고 경기를 치뤘음. 기껏 도색해놓고 천으로 가릴거면 도색은 왜 했냐? 뭐 심사단 의전용임? 결국 경기 끝나고 저 통천은 다 걷어졌고, 나작대 시절부터 지금까지 경기장은 저때 도색해주신 파란색으로 잘 덮여있음. 저 도색의 수혜자는 오직 대전시티즌-하나티즌 뿐인데, 그걸 사전에 고려를 했으면 당연히 컬러를 파란색으로 해서는 안됐겠지. 뭐 인수될걸 미리 알고있어서 ‘나중에 하나그린색으로 칠하세요~’ 라고 할 정도의 예측력을 가졌으면 지금 당장 사표 내고 정치계로 뛰어드시는 게 나라와 국민에게 더 나은 길이겠지?
+좀 더 알아보니까 2005년에 도색을 한 적이 있는걸로 봐선 사실 정기적으로 도색을 하고 있는건가 추측해볼순 있는데, 그러면 이 팀은 사실 단 한번도 경기장 메인 컬러를 교체할 의지가 없었다는 건가…?ㅋㅋㅋㅋ
두번째로 조명. 2001년에 설치한 조명을 2017년까지 노인학대하며 쓰다보니 해가 질듯말듯 애매한 7시30분쯤에 킥오프를 하면 경기 도중에 조명을 켜기 시작할 때가 있었는데, 농담 아니고 전반전 끝나고 조명을 켜기 시작하면 하프타임 내내 천-천히 밝아지다가 후반전 킥오프를 해도 끄트머리쯤 조명은 반도 안 켜져있는 충청도식 조명을 사용중이었음.
물론 조명이 늦게 켜지는 건 쪽팔리는 문제지 실질적으로 경기를 진행함에 있어서의 문제는 아니겠지. 개인적인 생각에 조명을 굳이 교체한 이유는 아마 조명의 노후화로 인한 조도 기준 미달이었을 가능성이 예상됨.
피파는 국제 공식경기에서 2000럭스 수준의 조명을 설치할 것을 요구하고 있고, 최근에는 더 올라간 걸로 알고있음. 2001년에 경기장을 완공할 때에도 대전월드컵경기장은 딱 거기에 맞춰서 2000럭스짜리 조명을 달았음. 근데 16년이 지났고 잘 켜지지도 않는 조명이 과연 밝기는 그대로 유지하고 있을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거기에 조명 수명도 있어서 경기중에 홍염 없는 홍염쇼를 치루기 전에 어차피 바꿔야 할 때가 되어서 바꾼 거라고 예상이 됨.
그러면 어차피 바꾸는거, 울산처럼 라이트 쇼가 가능한 LED 조명으로 바꾸는 게 팬들 입장에서는 훨씬 기분이 좋겠지? 이 팀이 폭죽 쏘다가 연기때문에 역전골 처먹은 아픈 기억 덕분에 폭죽도 안 쏘는 입장에서, 조명 라이트쇼만큼 부러운 게 또 없는 상황이지. 야구에서는 1년에 10게임도 안 하는 청주야구장도 조명탑 문제가 생기니까 바로 LED쇼가 가능한 조명으로 바꿔버리는데, 이 팀은 어땠을까? 다들 알겠지만 그런 건 없다 빵붕아ㅋㅋㅋㅋㅋㅋㅋ
그냥 단순 LED 조명으로 교체해버렸지. 사실 너무 많은 걸 바란 거일 수도 있음. 솔직히 그런 조명들은 비쌀거 아냐 급하게 준비해야 하는 찰라인데... 그러면 이게 뭐가 문제냐?이 경기장 조명을 교체한 업체 설명을 보면, 교체한 조명의 밝기가 2000럭스임. 똑같은 밝기의 조명으로 교체한 걸로 확인되는데, 여기서 뭐가 문제인지 아는 팬들은 높은 확률로 광주팬들일 가능성이 높음.
바로
AFC의 2021년 변경된 경기장 규정이 문제임. 변경된 규정에 따르면 AFC 챔피언스리그를 진행하려면, 조명 밝기가 2500럭스 이상의 수준을 충족해야만 함. 그래서 지금 광주월드컵경기장도 아챔 경기를 진행할 수가 없음. 결국 대전이 한 1/32,768의 확률로 올해 아챔에 진출한다면, 이 팀은 조명 갈아엎은지 불과 7-8년만에 다시 조명을 바꿔야하는 예산 낭비가 일어날 판인거지.
물론 상암처럼 조명을 추가하는 형식으로 잘 절약해서 개선했던 사례가 있는 만큼 적절하게 처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지만, 만약에 조명공사 또 해야한다면 일부만 라이트쇼 돼도 좋으니까 제발 돈을 써야할 때는 제대로 써주세요… 당신들이 2017년에 공사한 그 업체는 분명 3000럭스 조명도 설치한 이력이 있는 업체였어…
마지막으로 전광판. 이거는 대전팬들이 의아해할 수 있는게 우리 전광판은 충분히 갈아엎어야 할 만 했고, 갈아엎어서 잘 쓰고 있다고 생각하는 팬들이 많거든. 2001년에 설치했던 전광판은 왼쪽에 아날로그 시계와 아날로그 미니 전광판이 1/3정도를 차지하고 있었고, 본 전광판은 해상도도 720P 정도로 현재 기준으로서는 아쉬운 4:3비율의 전광판이었는데다, 불량화소도 조금씩 발생하기 시작할 정도로 이미 수명을 다 해가는 상황이었음. 그래서 앞서 말한 예산 46억원 중 대부분인 30억원을 이 전광판 교체에 사용하기로 결정했지.
이거야. 솔직히 예쁘고 좋잖아?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어떻게 구단이 자체적으로 전광판을 갈아엎겠어? 대전 입장에서는 얼덜결에 로또맞은 느낌이었겠지. 근데 내가 지적하고 싶은 건 바로 저 화면을 ‘어떻게 사용하는가‘즉 ‘UI’에 대한 문제야. 전광판은 관중들이 경기 중에 피치 다음으로 가장 많이 시선이 가는 곳인 만큼, 전광판에서 무엇을 송출하는지가 그 경기장의 이미지와 관람경험을 결정하는 생각보다 굉장히 중요한 요소임. 그러면 대전은 저 전광판을 어떻게 활용중일까?
진짜 볼때마다 한숨만 나온다. 왼쪽에 저 선수 라인업은 무슨 의도로 띄우고 있는건지 알 수가 없음. 저거 덕분에 오른쪽 화면은 계속 늘렸다 줄였다 하면서 전체화면과 분할화면을 왔다갔다 하는 덕분에 비율은 다 깨지고 정신은 하나도 없음. 그리고 애초에 가독성이 너무 떨어져서 제대로 보기도 힘들뿐더러 한 화면 안에서 조화가 되는 부분이 하나도 없음. 기껏 비싼 돈 주고 디자이너 고용해서 예쁜 화면 송출하면 뭐 하냐? 왼쪽 라인업 화면이 다 망가트리고 계시는데?
설치할 당시에 UI에 대한 투자가 하나도 안 이루어진걸로 보여. 지금 보여주기는 어렵지만 오른쪽 화면 역시 전환하는 애니메이션 같은 경우도 거의 PPT 2012로 조작하나 싶을 정도로 구리다 못해 짜치기 짝이 없음. 이럴 바에는 차라리 애니메이션 자체를 없애버리고 단순하게 탁탁 넘어가게 해 놓는 게 차라리 담백하니 덜 짜치는데 지금은 그냥 엄마가 디자이너인 중학생이 엄마 도움 받아서 수행평가 발표하는 느낌의 수준임.
재미있게도 이걸 비교하기 딱 좋은 게 바로 잠실구장인데, 잠실같은 경우도 2009년에 전광판을 교체했는데, 우리처럼 좌/우 분할에 UI는 가독성을 밥말아먹은 게 아주 판박이었음. 교체한 업체가 똑같은 건 아이러니. 결국 잠실도 온갖 욕을 먹은 끝에 2017년부터 2022년까지 지속적으로 UI 소프트웨어를 교체하고 다듬어서 지금은 이 정도까지 개선된 상황임. 아마도 둘 다 교체한 당시에 큰 돈 안들이려고 기본 소프트웨어를 활용해보려다가 피 보고있는 상황이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봄.
대충 마무리해보자면, 앞서 말한 월드컵을 앞두고 교체된 3가지 요소들은 분명 이전에 비하면 관람환경을 확실히 개선시킨 아주 감사한 일들이지만, 경기장의 관리 주체가 실사용자인 ‘구단’이 아닌 소유주, 즉 ‘공무원’이기에 발생한 예산 집행에서의 비효율적인 요소들이라고 볼 수 있어. 지금이야 하나금융그룹이 구장 운영권을 앞으로 20년은 더 쥐고 있는 만큼 최소한 도색만큼은 다시 파란색을 칠할 일은 없겠지만, 당시에 구단이 목소리를 조금이라도 더 크게 낼 수 있는 상황이었다면 이런 일이 있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음.
다음편으로는 지금 구단에서 실질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요소들에 대한 것들을 작성해볼까 해. 이건 써야 할 내용들도 조금 더 고민해봐야 하고, 여러 의견들이 많아서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아.
아무쪼록 즐겁게 읽었기를 바라고, 마지막으로 지난번 글에서의 타 팀 비하 건으로 상처받은 분들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 다시 한 번 드리며 이만 줄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