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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증이벤트] 두루두루 여러 리그 경험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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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최자도 당첨가능

 

아직 봄이 안온 추운날씨다.

 

서울로 이사온지 얼마 안됐기에 지난주 서울원정도 갔지만 무기력한 패배를 당해 시즌 개막후 3연패인 상황이다. 올해부터 승강제가 시작되기에 예전처럼 그냥 넘기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시즌시작전 허무하게 레전드인 최은성이 떠나고, 첫 홈경기에서 팬들은 응원보이콧과 걸개를 들며 구단에게 항의의 뜻을 보였다. 작년의 안좋은 기억에 더해, 분위기는 딱히 좋지 않다.

 

오늘 상대인 인천도 개막후 3연패를 기록중이다. 이미 단두대 매치라고 언론에서도 매섭게 띄우는중이고, 새로 지었다는 경기장이 궁금하기도 해서 인천으로 향한다. 

 

도원역에서 내리자마자 경기장이 멋있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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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중석에서 찍으니 피치랑 정말 가까워서 놀란다. 난 퍼플아레나도 정말 좋아하지만 숭의도 정말 획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예매 안하고 그냥 현장발권해서 들어간 자리)

IMG_5874.JPG

 

경기력은 그저 그렇다. 뭔가 보여줄거라 기대한 외국인 공격수는 일찌감치 부상당하고 교체되어 나간다 (이거 어디서 많이 본건데)

IMG_5879.JPG

 

설기현에게 두골먹고 허범산이 프로데뷔골이자 우리 팀 시즌 첫 득점을 한뒤 경기는 2:1로 종료한다. 우리는 시즌 4전 4패, 인천은 시즌 첫승을 가져간다.

 

그냥 멍하다. 되돌아보자면 이때의 멍함이 이후 걸개를 동반한 그 어느 패배들보다 더 머리속에 울렸다. 

 

세그웨이를 탄 두루미 마스코트가 경기장을 돌며 관중들에게 인사한다. 서쪽에서 시작해 남쪽 그리고 동쪽을 지나 우리쪽으로 온다. 그 분은 그저 원정팬에게 잘가라는 인사를 하고 싶었을 것이다. 별거 아닐수도 있는 그걸 경기 패배후에 지켜보는 나는  좀 긁혔었지만, 그래 졌는데 어쩌겠어.. 하며 생각하던 차에 모두가 아는 그 일이 벌어진다.

 

잠시 후 상황이 조금 진정되는것 같더니, 어느새 성난 인천팬들이 원정석으로 몰려온다. 원정석과 홈석 동선이 분리되어있지 않고, 홈석쪽 매점도 원정팬들이 이용가능했던 시기다보니, 홈팬들이 몇몇 안되는 원정팬들을 순식간에 둘러싼다.

 

경기진행인원은 대부분 흥분해서 침투하는 홈팬들을 저지할 물리적인 힘이 부족해 보이는 노인분들이시고, 원정팬들을 보호하는건 대여섯정도의 정장입은 젊은 진행요원분들. 원정석 군데군데에서 감정적으로 격앙된 관중들로 인해 산발적으로 폭행이 이루어지고, 우리 걸개도 찢어지고, 원정섹터 맨 윗쪽에서 아래로 물병을 던지는 사람도 있다. 그 물병에 다행히 아무도 안맞았지만, 거의 맨 앞열 바닥에 퍽소리가 나며 꽂힌걸 생각하면 꽤 위험하다. 그때 물병을 던진 사람은 어제 잠 편히 잤겠지?

 

10분인지 한시간인지 감각조차 없을정도로 혼란스러운 상황은 경찰버스가 도착하고 나서야 정리가 된다. 나는 다행히 아무런 물리적 상해 없이 경기장을 빠져나간 뒤 지하철을 타고 귀가하지만, 중요했던 경기에서의 패배와 함께 그 후 겪은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한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이후 원정팬들이 당한 폭행에 관한 글들이 대전팬들 사이에서 쏟아져나오고 (공홈가면 당시 글들이 아직 있다) 일부 팬들은 "우리 마스코트가 맞았으니 너네도 맞아도 싸다" 식의 논리도 펼친다. 우리가 당한 폭행에 대한 증거 수집할때 위에서 실실 웃으며 사진찍던 너네들 전부 증거 제출해줬지? 훗날에 우리가 너네 상대로 이겨서 너희 강등이 확정된 후 건장한 시큐가 와서 우리 걸개 가져가려 하고 너희 구단쪽 사람이 우리 사진찍으려 할때 너네들 생각이 날거라 하면 너무 오버일까?

  

  

  

  

  

  

 

 

 

 

 

 

아직 겨울이 안온 포근한 날씨다.

 

이젠 어느덧 서울로 이사온지도 꽤 됐고, 친구들과 대전보다는 서울 맛집 공유하는게 더 편해진지는 이미 한참전이다. 

 

정규시즌이 두경기 남은 상태에서 우리는 아직 강등의 위협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하필 그 두경기 상대는 리그에서 포항정도를 제외하면 우리와 상성이 제일 안맞는 팀들이라 할수있다. 비록 지난번에 홈에서 인천을 잡으며 길었던 징크스는 깼지만, 숭의에서의 승리는 아직도 2013년이 유일하다. 하지만 팀 분위기가 좋고, 이때가 아니면 언제 또 숭의에서의 승리를 노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며 인천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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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인천 경기장은 멋있다. 다른점이 있다면 이제는 예매를 해야할만큼 그때보다 더 사람도 많고 씨끌벅적하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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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외국인 용병중에 예전의 벨기에 공격수 생각이 많이 나는 선수가 하나 있다. 분명 하드웨어는 그 선수처럼 굉장한것 같은데 활약은 비교적 미비한. 내가 싫어하는 팀을 상대로 극적인 막판 결승골을 넣었다는 점조차 비슷하다. 내년에 또 볼지는 모르겠지만 어떻게든 성공했으면 좋겠다.

 

경기 스타트는 굉장히 좋다. 전반 20분도 안돼서 대전의 2점차 리드. 마사와 안톤 너네는 여권 내놓고 딱 대전에만 있어라. 

 

하지만 이런저런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인천도 선수교체를 활용하며 공세를 이어간다. 윤도영과 최건주도 번뜩이는 순간이 있었지만, 아쉽게 골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그러다 전반막판에 제르소에게 추격골을 허용한다. 선수들을 욕할수 있을까. 이명주 패스가 너무 잘 들어갔고 제르소가 그 틈을 너무 잘 파고들었다.

 

후반전도 비슷하다. 다급한 인천은 공세를 이어가고, 우리는 상대 뒷공간을 노린다. 김승대가 상대 수비수들 사이를 잘 침투해서 추가골을 넣지만, 오프사이드란다. 김인균이 간만에 나와서 뭔가를 보여주기 원했지만, 뭐.. 이번시즌 잘했잖아. 내 마음속에서는 여전히 최고다.

 

상대 공격이 매섭지만 수비진들이 잘 막는다. 강윤성은 지난경기에는 조금 아쉽다 생각했는데, 이번에는 무난하다. 중원에는 항상 든든한 밥신과 이순민이 있고, 작년에 그렇게 욕했지만 올해는 대체불가한 자원이 된 김현우, 그리고 충기레전드 안톤이 있다. 제르소는 위협적이지만, 김문환이 잘 마크한다. 그들마저 뚫리면 유독 단단한 이창근이 있다. 교체들어온 선수들도 제몫을 한다.

 

추가시간이 8분이나 주어지자 잠시 원망스러운 탄식이 나오지만, 어차피 기다리는것 밖에는 방법이 없다. 얼핏 벤치쪽을 보니 김준범이 기도를 하며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경기를 지켜본다. 어디가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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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분이 지나고 정말 길게 느껴진 시간이 더 흐른뒤, 주심이 휘슬을 부른다. 타구장에서 전북이 대구를 이기면서, 잔여경기에 관계없이 우리는 잔류, 그리고 인천은 강등 확정이다. 내가 원했던 이상적인 상황이 이틀연속으로 이루어졌다. 살면서 운적이 별로 없는데, 그 순간 뭔가 울컥하고 나오는것 같았다. 그때는 홈팀 관중을 포함해서 총 2천여명이 경기를 보았는데, 이제는 원정인원만 2,119명이 함께 지켜봤다.

 

황선홍 감독이 나와서 팬들에게 소감을 말한다. 구단주도 나와서 대전박수를 친다. 난 아직도 시즌중반 감독교체가 이루어졌을때, 떠돌아다녔던 루머처럼 한 비전문가의 독단으로 선임이 이루어져서는 안됐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내가 생각한 이상적인 방향으로 감독교체가 이루어진 어떤 팀은 하위리그에서 승격 플옵 진출에 실패했고, 우리는 한라운드를 남기고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 이번은 옳았다. 하지만 앞으로도 옳을까 하는 걱정과 함께 박수를 친다.

 

그동안 여러 감독들을 보며 정말 감정적으로 환희를 준 감독은 한 손에 꼽는거 같다. 내가 팬이 되었을때 감독이었던 최윤겸, 후에 논란은 있었지만 그래도 6강 플옵으로 이끌어줬던 그 사람, 경험이 부족하여 위험하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결국 잔류를 이루어낸 유상철, 독보적인 시즌을 보여준 조진호, 그리고 오랜 기다림 끝에 승격을 이끌어준 이민성. 거기에 이제는 황선홍도 오랫동안 못잊을거 같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응원할게요.

 

그렇게 경기장에서 여운을 느끼고 한동안 다시 못볼 경기장을 눈에 조금 더 담은뒤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다른 팀은 싫어해도 웬만해선 다시 보기 싫다라고까지는 생각안하는데, 이 팀은 또 보고싶지 않다는 바람이 강하다. 

 

앞으로는 모르는거지만, 내가 경기후 느낀 기분은 앞으로 그 무엇도 해칠수 없을것 같다. 그리고 이번시즌 여러 징크스를 깨준 감독님과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여러의미에서 2012년이 생각나는 이번 시즌이었다. (이러고 그 다음해에 벨기에 선수를 또 영입하면 딱인데) 다들 고생했고, 내년에 보... 네? 아직 경기가 하나 더 남았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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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분들이 그러시겠지만 어제 경기를 보며 참 여러 산뜻한 추억이 떠올랐을것 같아요. 저는 그저 제 기억을 살짝 쓰려했는데, 꽤 길어졌네요. 그래도 어제의 좋은 기억을 함께한 사람이 현장에서만 2천명을 넘는다 생각하니 더 기분이 좋네요.

 

사실 이 이벤트를 시작하며 많은 고민을 했어요. 아무래도 숭의원정 승률이 처참하다보니 자칫하면 오늘 올라오는 글들이 대참사 아닐까 하는.. 그래서 승리하면 이벤트를 할까도 고민을 했는데, 이런 기회에서조차 겁먹으면 평생 못할거 같아서 이벤트를 시작했고 다행히 결과가 좋게 나왔네요. 

 

참여해주신분들 모두 감사하고 아직 참여 안하신분들은 공지 참고하시고 오늘 밤까지 참여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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