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많은 구단은 미래가 밝다
프런트: 25라운드가 지났는데 아직도 12위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감독: 그걸 제가 알겠습니까? 저는 경기 중에 떠오른 생각도 금세 까먹는데요.
프런트: 그럼 자꾸 메모하시는 이유가...
감독: 적어놔야 하프타임에 무슨 말을 할지 생각납니다.
프런트: 심각하군요.
감독: 선수 시절에 헤딩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습니다.
프런트: 그럼 작전 지시나 전술 대응은...
감독: 하하하! 그런 거 할 줄 알면 우리나라가 올림픽 나갔겠죠. 아! 이런 말 하면 안 되나? 저 잘리나요?
프런트: 아, 아닙니다. 우리는 얼굴마담이 필요해서 감독님을 영입한 거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감독: 하지만, 전술 훈련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프런트: 그래서 요시다 감독을 모셔오지 않았습니까. 감독님은 그냥 얼굴 역할에만 충실하시면 됩니다. 오프더피치 찍을 때 열심히 하는 척하시고, 기자회견 때 대답 잘 하시고, 러버스 앞에 가서는 ‘2부 절대로 안 갑니다!’ 외쳐주시면 됩니다.
감독: 정말 그래도 될까요? 그러다 2부 가면요?
프런트: 그래 봤자 1년 뒤 다시 올라오면 됩니다.
감독: 그게 가능할까요? 2부는 개미지옥인데...
프런트: 걱정 마십시오. 우리가 능력이나 철학이 없지. 돈이 없겠습니까? 은행이 모기업인데 무슨 걱정입니까?
감독: 그건 그러네요. 히힛!
프런트: 감독님은 그냥 손가락으로 가리키기만 하십시오. 우리가 시장에 나온 선수 전부 다 사드리겠습니다.
감독: 그런 식으로 스쿼드 꾸리면 2부에선 최강이겠네요. 데헷!
프런트: 우리 하나은행이 동남아 시장 개척에 성공하는 그날까지, 돈으로 밀어드릴 테니까 계속 얼굴 역할 잘 해주십시오.
감독: 넹~ ('얼굴'이라고 메모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