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한 밤이다
이 기분을 남들도 똑같이 느끼고 있을까
선수들은 하나둘 씩 쓰러져가다 이제서야 하나씩 오고
남아있는 선수들은 우리 응원소리가 들리기는 하는 건가
획기적일 거라 공언한 빌드업 전술은 사실상 무전술이고
어쩌다 강팀 상대로 한번씩 이길 땐 15시즌이 떠오르고
이제 압도는 고사하고 꾸역승만 바라는 내 모습이 한심하다
감독을 바꾼다고 해결책은 있을까
지금 당장 소방수로 올 수 있는 매물은 있을까
만약 온다고 해도 강등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감독이 나가기는 할까
우리가 나가라고 한다고 반영이 되는 곳이었나
인천만큼은 이기고 싶어서 아무리 목이 터져라 응원해도
경기장에 응원소리는 점점 작아져서 옆사람은 팔짱만 끼고
앞자리 꼬맹이들은 부모몰래 욕하는 맛에 경기장에 왔나
뒷자리 아저씨는 저 선수한테 맞은 적이라도 있나
기껏 들리는 응원소리 속에는 왜 분노가 같이 들리는지
울산까지 신청했던 내 모습이 너무 한심해보인다
이 거지같은 감정이나 느끼려고 내 주말을 버렸나
주변에선 꼴찌팀이나 응원하는 홍대병자가 돼있고
데려간 친구의 불만섞인 토로에 나는 죄인이 돼있고
한화나 보라는 말에 티빙 키자마자 끝내기를 쳐맞네
만약 추위와 함께 강등의 날이 찾아오고 만다면
홍염 던지고 출입금지 당할까 망상이 머리를 감싼다
차라리 그렇게 해서 경기를 안 봐버리면 내가 편할까
아시아로 가는 열차 행선지는 왜 지옥으로 바뀌어있나
아직 25번의 심판이 남아있는 참담한 현실이 비참하다